쾌고감수성 테이블
우선순위 재정립Rethinking Priority 프로젝트라는 연구 프로그램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학자나 활동가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찾아내고 우선순위의 조정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종류의 실증적 연구를 수행한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식물과 무척추동물을 포함하는 총 18종 생물의 의식 경험과 관련된 53가지 특징을 조사하였는데, 그 결과가 2019년 중순에 공개되었다. (자세한 소개: Invertebrate Sentience Table - Rethink Priorities (영문))
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별도의 동물 실험을 하지는 않았고, 다양한 목적으로 수행된 기존의 연구들을 살펴보고 그 중에서 이번 연구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는 부분만 추려서 모은 메타 연구다. 이에 따라 종에 따라 데이터가 부족하기도 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있는 자료라고 생각해서 요약해봤다.
특징 범주
다음은 유해 자극에 대한 반응, 동기에 기반한 트레이드오프, 학습 관련 지표, 인지적 성숙도, 약물에 대한 반응, 항행 기술, 정서 상태 관련 행동, 해부학적/진화적 특성 등 8개 범주로 나뉜 총 53개 특징 목록이다.
- 유해 자극에 대한 반응
- Physiological responses to nociception or handling
- Protective behavior
- Defensive behavior/fighting back
- Noxious stimuli related vocalizations
- Movement away from noxious stimuli
- 동기에 기반한 트레이드오프
- Paying a cost to receive a reward
- Paying a cost to avoid a noxious stimulus
- Self-control
- Predator avoidance tradeoffs
- Selective attention to noxious stimuli over other concurrent events
- 학습 관련 지표
- Classical conditioning
- Operant conditioning
- Operant conditioning with unfamiliar action
- Sensitization
- Habituation
- Contextual learning
- Observational or social learning
- Taste aversion behavior
- Pain relief learning
- Long-term behavior alteration to avoid noxious stimulus (24+ hours)
- Long-term behavior alteration to avoid noxious stimuli (30+ days)
- 인지적 성숙도
- Uncertainty monitoring
- Self-recognition (mirror test)
- Deception
- Tool use
- Flexible tool use
- 약물에 대한 반응
- Affected by analgesics in a manner similar to humans
- Self-administers analgesics
- Affected by recreational drugs in a similar manner to humans
- Self-administers recreational drugs
- Affected by antidepressants or anxiolytics in a similar manner to humans
- 항행 기술
- Navigate known paths/areas
- Navigate unknown paths/areas
- Spatial memory
- Detour behavior
- 정서 상태 관련 행동
- Anhedonia behavior
- Learned helplessness behavior
- Displacement behavior
- Adverse effects of social isolation
- Stereotypic behavior
- Fear/anxiety behavior
- Play behavior
- 해부학적/진화적 특성
- Neuron count
- Brain size
- Nociception
- Nociception (strict definition)
- Opioid-like receptors
- Centralized information processing
- Vertebrate midbrain-like function
- Last common ancestor with humans (millions of years)
- Average Lifespan
- Motile
- Distinct sleep-wake states
연구에서는 각 종 별로 위 각 특성에 대한 연구가 있는지 살펴보고 아래와 같이 범주화를 한다.
- 아닌 것 같음(Likely No): 0% - 25%
- 약간 아님(Lean No): 25% - 50%
- 약간 그러함(Lean Yes): 50% - 75%
- 그런 것 같음(Likely Yes): 75% - 100%
분석한 동물들
연구의 주요 주제는 무척추동물의 의식 경험이므로 18종 중 상당수는 무척추동물이다. 비교를 위해 원핵생물, 원생생물, 식물, 인간 등도 포함되어 있다.
- 꿀벌 (genus Apis)
- 바퀴벌레 (genus Periplaneta)
- 초파리 (genus Drosophila)
- 개미 (family Formicidae)
- C. elegans
- 게 (infraorder Brachyura)
- 가재 (family Cambaridae)
- 지렁이 (Lumbricus terrestris)
- 군소 (genus Aplysia)
- 보름달물해파리 (genus Aurelia)
- 거미 (order Araneae)
- 문어 (family Octopodidae)
- 식물 (kingdom Plantae)
- 원핵생물
- 원생생물 (eukaryotic organisms that are not animals, fungi, or plants)
- 닭 (Gallus gallus domesticus)
- 소 (Bos taurus)
- 인간
결과
점수의 산술평균 순으로 줄을 세운 결과는 아래와 같다.
- 인간
- 닭
- 초파리
- 소
- 문어
- 꿀벌
- 가재
- 게
- 개미
- 바퀴벌레
- C. elegans
- 군소
- 거미
- 지렁이
- 원생생물
- 보름달물해파리
- 원핵생물
- 식물
소나 문어보다 초파리가 더 높은 점 등은 의외인데, 아마도 그만큼 초파리에 대한 연구가 많았기 때문에 생기는 편향이 아닐까 싶다(즉, 초파리가 과대평가된 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
동물 운동과의 관련성
동물 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는 쾌락이나 고통을 느낄 수 있는(쾌고감수성) 모든 생명을 지각이 있는 존재라고 부른다. 지각있는 존재는 이익 또는 관심사interests를 가지기 때문에 이 존재가 인간이건 아니건 간에 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 권리의 옹호의 저자 톰 리건은 믿음, 욕구, 인식, 기억, 미래에 대한 감각, 정서적 삶, 선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을 할 능력, 연속적인 정체성 등을 가진 모든 생명을 삶의 주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모든 삶의 주체에게는 내재적인 가치inherent value가 있으며 따라서 도덕적 권리moral rights가 있다고 주장한다.
둘 중 누구의 입장을 지지하더라도 위와 같은 연구는 중요하다. 특히 리건이 말하는 삶의 주체가 만족해야하는 조건은 싱어가 제시한 조건에 비해 더 까다롭다. 그래서 리건 스스로도 삶의 주체에 해당하는 동물이 상당수의 포유 동물과 어쩌면 일부 조류 정도일 것으로 보수적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위 연구에 의하면 상당수의 무척추동물도 다양한 수준의 의식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걸 알 수 있다.